[칼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제대로 쓰고 계신가요?

ESG 정보공개의 시대, 보고서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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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3, 2026
[칼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제대로 쓰고 계신가요?

얼마 전 한 상장기업 IR팀 임원과 미팅을 했다. 그는 책상 위에 수십 개의 가이드라인 문서를 쌓아놓고 한숨을 쉬었다. "GRI도 봐야 하고, SASB도 봐야 하고, TCFD도 봐야 하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이 단어만 들어도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 이것은 선택이 아니다. 투자자들이, 고객들이, 신용평가 기관들이 모두 이 보고서를 본다. 당신의 기업이 진짜 지속가능한지, 아니면 그저 말뿐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바로 여기에 있다.

투자자는 숫자가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본다

ESG 정보공개란 무엇일까?

단순히 형식을 갖춰 보고서를 내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의 ESG 리스크와 기회를 분석하고, 그것이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재무제표만 보지 않는다. 당신 회사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직원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지배구조가 투명한지를 본다. 그 모든 정보가 담긴 것이 바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다.

세계적으로 선도 기업들의 보고서 발간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제3자 검증을 받는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형식을 갖추는 수준을 넘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통일된 기준은 없다, 하지만 방향은 같다

"어떤 기준으로 써야 하나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 세계적으로 통일된 하나의 기준은 아직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막막해할 필요는 없다.

기업들이 참고하는 글로벌 ESG 가이드라인
글로벌 ESG 가이드라인

기업들이 참고하는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GRI 표준

SASB 표준

TCFD 권고안

IR 프레임워크

ISO 26000

WEF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공통지표

특징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속가능성 보고 프레임워크

산업별 특화 지표 제공 (77개 산업)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재무정보와 비재무정보의 통합 보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종합 가이던스

세계경제포럼이 2020년 9월 제시한 핵심 공통지표

초점

경제·환경·사회 전반의 임팩트 보고

재무적으로 중요한 ESG 정보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

재무, 제조, 지적, 인적, 사회·관계, 자연 자본

조직지배구조, 인권, 노동관행, 환경, 공정운영관행, 소비자, 지역사회

지배구조 원칙, 지구, 사람, 번영

적용

모든 규모와 업종의 기업

투자자 중심의 정보공개

탄소중립 목표 기업, 금융기관

장기 가치창출 스토리 중시 기업

이름만 들어도 복잡하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기업들은 하나의 가이드라인만 보는 것이 아니다. 자사의 산업 특성과 이해관계자 요구에 맞춰 여러 가이드라인을 참고하고 조합한다. 마치 요리를 할 때 여러 레시피를 참고하듯이 말이다.

재무적 영향과의 연결, 이것이 핵심이다

ESG 정보공시는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 추상적인 가치를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재무적 영향과 연계해 보고하는 것이 트렌드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 회사는 환경을 중시합니다"라고만 쓰면 끝일까?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년 대비 15% 감축했고, 이를 통해 에너지 비용 3억 원을 절감했으며, EU 탄소국경세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했습니다"

라고 써야 한다. 투자자들은 이런 구체성을 원한다.

글로벌 ESG 정보공개 표준들이 제시하는 지표는 매우 다양하다. 어떤 지표는 모든 기업에 적용되지만, 어떤 지표는 특정 산업에만 해당된다. 화학기업과 IT기업이 같은 지표를 쓸 수는 없지 않은가.

한국거래소가 제시한 공통의 언어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한국거래소는 다양한 글로벌 가이드라인들을 분석해 핵심적이고 공통적인 지표들을 정리했다. 이것이 바로 출발점이다.

조직 차원에서는 경영진이 ESG 이슈를 어떻게 파악하고 관리하는지, ESG 관련 위험과 기회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참여시키는지를 밝혀야 한다.

항목

지표

세부 내용

ESG 대응

경영진의 역할

ESG 이슈의 파악, 관리와 관련한 경영진의 역할

ESG 평가

ESG 위험 및 기회

ESG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평가

이해관계자

이해관계자 참여

이해관계자의 ESG 프로세스 참여 방식

환경 차원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핵심이다. Scope 1(직접 배출), Scope 2(간접 배출), Scope 3(배출 집약도)를 측정하고 보고해야 한다. 에너지 사용량, 물 사용량, 폐기물 배출량도 빠질 수 없다. 환경 법규 위반이나 사고가 있었다면 그것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항목

지표

세부 내용

온실가스 배출

직접 배출량

(Scope 1)

회사가 수용하고 관리하는 물리적 장치나 공장에서 대기 중으로 방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간접 배출량

(Scope 2)

회사가 소비용으로 매입 또는 획득한 전기, 냉난방 및 증기 배출에 기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배출 집약도
(Scope 3)

활동, 생산, 기타 조직별 미터법의 단위당 배출된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 사용

직접 에너지
사용량

조직이 소유하거나 관리하는 주체의 에너지 소비량

간접 에너지
사용량

판매 제품의 사용 및 폐기 처리 등 조직 밖에서 소비된 에너지 소비량

에너지
사용 집약도

활동, 생산, 기타 조직별 미터법의 단위당 필요한 에너지 소비량

물사용

조직의 물 사용 총량

폐기물 배출

매립, 재활용 등 처리 방법별 폐기물의 총중량

법규 위반,

사고

환경 법규 위반, 환경 관련 사고 건수 및 조치 내용

나는 한 제조기업이 폐수 배출 사고를 보고서에 솔직히 기재하고, 재발방지 대책까지 상세히 적은 것을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이런 걸 굳이 써야 하나" 고민했지만, 오히려 투자자들로부터 투명성을 인정받았다. 숨기는 것보다 솔직한 것이 신뢰를 쌓는다.

사회 차원에서는 임직원 현황이 출발점이다. 성별, 고용 형태별 현황, 차별 관련 제재 건수, 신규 채용과 이직률, 청년인턴 채용 현황, 육아휴직 사용 현황까지. 숫자가 곧 기업의 가치관을 말해준다.

항목

지표

세부 내용

임직원 현황

평등과 다양성

성별, 고용 형태별 임직원 현황, 차별 관련 제재 건수 및 조치 내용

신규 고용 및 이직

신규 고용 근로자 및 이직 근로자 현황

청년인턴 채용

청년인턴 채용 현황 및 정규직 전환 비율

육아 휴직

육아휴직 사용 임직원 현황

안전, 보건

산업재해

업무상 사망, 부상 및 질병 건수 및 조치 내용

제품 안전

제품 리콜(수거, 파기, 회수, 시정조치 등) 건수 및 조치 내용

표시, 광고

표시, 광고 규제 위반 건수 및 조치 내용

정보보안

개인정보보호

개인정보보호 위반 건수 및 조치 내용

산업재해와 제품 안전도 중요하다. 리콜이 있었다면 몇 건이고, 어떻게 조치했는지를 밝혀야 한다. 개인정보보호 위반이나 공정경쟁 위반도 마찬가지다.

지배구조 차원도 빠뜨릴 수 없다. 내부거래, 하도급거래, 가맹사업 관련 법규 위반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가 모두 보고 대상이다.

항목

지표

세부 내용

공정경쟁

공정경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내부거래, 하도급거래, 가맹사업, 대리점거래 관련 법규 위반 건수 및 조치 내용

보고서는 거울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쓰는 것은 기업이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기도 하다.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면 우리 회사가 어디에 강하고 어디에 약한지가 선명히 드러난다.

어떤 기업은 보고서를 쓰면서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 어떤 기업은 여성 관리자 비율이 업계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보고서의 힘이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의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이제 자율이 아니라 의무가 되어가고 있다. 금융위원회(FSC)는 대기업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단계적 확대 로드맵 (예상)

  • 2025년까지: 대부분의 기업은 자발적 공개 지속

  • 2026년부터(예정):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코스피 상장사, 의무 공시 시작 예상

  • 2030년까지: 의무 공시 대상을 국내 모든 상장사로 확대

다만, 이 일정은 "예정"이자 "예상"이다. 정확한 시행 시점은 아직 협의 중이며, 최종 규정도 확정되지 않았다. 2021년 로드맵 발표 이후 이미 두 차례나 일정이 연기된 전례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규제의 방향성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일정이 다소 미뤄질 수는 있어도, ESG 공시 의무화는 결국 현실이 될 것이다.

기다리지 말고, 지금 준비하라

"일정이 불확실한데 굳이 지금 준비할 필요가 있나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단호하게 답한다. "지금이야말로 준비할 최적의 시기입니다."

의무화 시점이 불확실한 지금은, 역설적으로 가장 좋은 준비 기간이다. 법이 시행되고 나서 6개월 안에 급하게 보고서를 만드는 것과, 2~3년에 걸쳐 차근차근 시스템을 갖추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나을까?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 그리고 해마다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다.

당신의 기업은 무엇을 보고할 것인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단순한 서류가 아니다. 그것은 기업이 세상에 하는 약속이자, 이해관계자들과 나누는 대화이며, 미래 세대에게 남기는 기록이다.

당신의 기업은 무엇을 보고할 수 있는가? 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이고, 자랑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 모든 것이 투명하게 드러났을 때, 당신의 기업은 신뢰를 얻게 될 것이다.

보고서를 쓰는 것은 부담이 아니라 기회다. 더 나은 기업이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당신의 기업은 준비되어 있는가?

필자 소개

진성한 | (주)한국산업기술경영연구원 대표

공장관리기술사이자 경영지도사로서 30년간 중소기업 현장에서 기업진단과 경영혁신을 실천해왔다.

현재 ㈜글로벌ESG검증그룹 및 K-ESG평가원 진단·평가위원, 메인비즈협회, 인덕대학교 ESG정책연구, ESG 경영컨설팅 전문위원 등 공공기관 및 전문기관에서 활동하며 중견·중소기업의 ESG 경영 정착에 힘쓰고 있다. 건국대학교 벤처전문기술학과 경영공학 박사과정을 졸업했으며, ISO인증 검증심사원이자 ISO인증 국제심사원 양성과정과 ESG 전문가 양성과정의 교육 전담교수로서 후진 양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저서로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ESG 완전정복1-ESG 경영의 이해와 실행 지침서》, 《중견·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ESG 완전정복2-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에코바디스 실행지침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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